--역사성과 특수성, 교단 정서를 충분히 감안해야--
◎ 표류하고 있는 고신의료원
지난 12일 열린 학교법인 고려학원 이사회(이사장 김 영동 목사)는 고신의료원 원장을 선출하지 못하고 정관시행세칙만 심의한 후 이중 ‘병원 원장 선임은 이사과반수로 결정하고 임기는 2년으로 하며 연임할 수 있다’는 시행 세칙만 통과시킨 후 일 주일 후에 다시 속회하기로 하고 정회하였다. 이사장은 고신의료원의 정상화를 위하여 가능하면 빠른 시일 안에 병원장을 선출하려고 황 창기 총장에게 12일까지 원장 후보를 제청하도록 요구했으나 황 총장은 원장 후보를 제청하지 않고 12일 이사회에서 원장이 선출되지 못하도록 무산시키고자 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렇게되면 구 자영 전 의료원장이 제기한 ‘원장 직무 가처분 신청’이 11월 18일 법원에서 조정 작업에 들어가기 때문에 어떤 변화를 모색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계획을 한 것 같다는 것이다. 이러한 계획을 감지한 일부 이사들은 12일 이사회에서 원장을 선임해 버리면 구 자영 전 원장의 민사소송 자체가 무위로 돌아갈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사장도 원장 선임 결정을 빨리 하는 것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을 하였던 것 같다.
그러나 이미 본보가 보도한 바와 같이 원장 복수 추천 문제를 두고 일부 출신 학교별로 파워게임에 사로잡힌 의과대학 교수협의회가 일 주일 간의 여유만 주면 그 안에 원장 후보를 복수 추천하겠다고 이사회에 요청함에 따라 이사회는 교수협의회의 요청을 수용하여 정회하고 일 주일 후에 속회하여 의료원장을 선임할 것으로 관망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일부 이사들은 교수협의회에서 원장 후보를 복수 추천하는 것은 법에도 없는 일인데 왜 그렇게 하느냐고 반발하는가 하면 이사장은 시행세칙을 통과시키면 아무 문제가 없으며, 교수협의회가 복수 추천을 하고 이사회가 결정하는 절충형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가장 타당한 방식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고신의료원은 아직 안정된 경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 염 하용 의대학장이 의료원장을 대행하고 있으나 의료 원장으로 선임된다는 전망이 불투명한 형편이고 보니 힘이 실리지 않아 보직 임명은커녕 원장으로서의 지도력조차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며, 1300여 직원들은 마음의 안정을 되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형편이다.
◎ 개편되는 이사회 세력 구도
한편 학교법인 고려학원 이사회 내의 소위 정치적 계보는 김 영동 이사장을 중심으로 서서히 새롭게 개편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고신 교단의 소위 개혁파 그룹이 주도권을 장악하였으며 금번 제52회 총회에서 새로 선출된 7명의 신임 이사들도 개혁파 세력이 압도적이라고 전망하였다. 그러나 서기 정 수생 목사와 신 태은 목사, 그리고 신임 이사들인 이 종영 목사와 김 명석 목사 등 4명의 이사들이 김 영동 이사장을 중심으로 결속하고 있고 장로 이사들은 다수가 이사장 쪽으로 힘을 줌에 따라 강 규찬 직전 이사장 당시 사안에 관계없이 무조건 계파 중심으로 움직이던 때와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황 총장과 정 근두 목사, 그리고 신임 이사인 윤 희구 목사가 개혁파를 대변하고 있지만 그 외의 이사들은 정치적 계파를 떠나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사안에 따라서 문제를 합리적이며 공정하게 처리하겠다는 바람직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원장 선임 문제와 관련해서 최 수환 장로가 이사장과 견해를 달리하고 있지만 여타 제반 문제들에서는 가능한 한 이사장을 지지하고 있고, 특히 신 태은 목사가 이사장을 강하게 밀고 있기 때문에 이사회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운영되어질 전망이다.
◎ 총장 중심 체제의 허상
한편 다수의 이사들은 지난해에 이루어진 교육인적자원부의 감사로 말미암아 총장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화되었다는 문제에 대해서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50여년의 역사를 가진 고신 교단은 나름대로의 역사와 정서를 가지고 고신대학교와 고려신학대학원, 그리고 고신의료원을 비교적 독립적인 기관으로 운영해 왔는데 교육부가 교단의 이러한 역사성과 정서를 무시하고 너무 일방적으로 일반대학의 체제 방식을 따르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불평들이 나오고 있다. 일반 대학의 체제로 볼 때는 신학대학원을 총장 산하에 두는 것이 맞지만 신학교육의 특수성과 효율성, 그리고 교단의 정서를 감안한다면 신학대학원을 특수대학원 중의 하나 정도로 생각하면서 대학에 종속시켜 운영하는 것은 도무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의과대학의 경우에도 총장 중심 체제가 되었으면 의과대학 교직원들의 봉급도 영도 본부의 교직원들과 단일화시켜야 하는데도 봉급 체제는 여전히 이원화되어 있다. 그러니 의과대학의 교수들이 이제는 총장이 급료를 주어야 할 것 아니냐고 주장하면서 그동안 밀린 임금을 요구하고 있는 형편이다. 총장직은 물론 주요 보직은 모두 영도에서 독식하고 있고, 재정도 여전히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 유리하고 필요한 사안들만 총장 중심 체제를 주장하는 것은 상식을 넘어선 오만이며 허상이라는 것이 의과대학 교수들의 불평이다
뿐만 아니라, 종래에 중요한 기능을 감당하던 이사회 안의 건축위원회와 인사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가 없어지고 모든 권한과 책임이 총장에게 이양됨에 따라 이사들이 이제는 총장 선출하는 권한 밖에 없으니 더 이상 이사회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불평을 하고 있다. 이사회의 종래 권한이 대폭 축소되고 총장 권한이 강화되다보니 이사회가 마치 총장 밑에 있는 느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일수록 총장은 더 겸허한 자세로 이사회에 보고하면서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총장이 ‘이사회가 뭐 필요 있느냐’는 식으로 행동하게 된다고 가정한다면 교직원들이 모두 총장을 중심으로 줄을 서게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들을 하고 있다.
◎ 교육부 종합감사 결과 처분
교육인적자원부는 2001년 11월 26일부터 12월 8일까지 학교법인 고려학원에 대해 종합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2002년 4월 8일까지 관계증빙서류를 첨부하여 교육부에 제출하도록 요구하였다. 그 동안 이사회와 고신대학교 당국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들은 감추고 유리한 내용들만 공개하면서 어떤 면에서는 교육부의 감사결과를 자기중심적으로 이용하려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교육부의 감사결과 처분 내역을 보면 법인만 하더라도 중징계와 징계, 경고 등 신분상 조치가 24건에 4명, 행정상 조치가 임원취임승인취소 1건, 시정 4건, 통보 2건 등 총 7건이다. 교육부의 지시(문서번호 조사 16200-82, 시행일자 2001. 2. 8)에 의하면 대학부속복음병원(고신의료원)의 부채증가 등 경영이 계속 악화되고 있으나 부채상환 등 경영정상화 대책 미 강구, 법인정관 및 정관시행세칙을 사립학교법에 위반되게 운영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미 조치, 이사로 구성된 건축소위원회에서 대학교비 및 부속병원회계 시설사업에 대해 예정가격과 낙찰자를 결정하여 이사장이 계약하고 총장과 병원장은 공사대금지급 등 임원이 학사운영 간여 등의 이유로 강 규찬 직전 이사장을 비롯하여, 김영동, 전영환, 김원계, 김영철, 정수생, 정근두, 신태은, 최수환, 황창기, 손진선, 천명환, 조형기, 백성호, 차철규 이사 전원이 이사취임승인취소 대상자로 통보되었다.
뿐만 아니라 고신대학교의 경우도 93건 48명의 신분상 조치와 시정 7건, 개선 1건, 통보 5건 등 총 13건의 행정상 조치가 지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번 감사로 인해서 마치 몇몇 특정인들만 징계를 받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것처럼 학교내외에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제반 상황들을 고려하면서 이제 학교법인 고려학원 이사회는 교단의 역사성과 특수성, 그리고 교단 산하 교회 모든 성도들의 정서를 잘 고려하여 교육부의 감사결과 처분 사항들을 검토하여 시정하고 각 기관들을 합리적이며 공정하게 운영해 갈 수 있는 지혜를 짜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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