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주임교수들이 합리성과 공정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
●의료원장 선임 문제
연일 계속되던 파업으로 말미암아 부산 지역 복음화 운동까지 지장을 받지 않을까 염려하였던 고신의료원 사태는 학교법인 고려학원 이사회(이사장 김영동 목사)가 결국 구자영 교수의 원장직을 해임하고 염하용 의학부장을 의료원장 대행으로 임명함에 따라 진료업무가 다시 시작되고 입원 환자도 계속 늘어나는 등 고신의료원이 다시금 활기를 되찾아 가고 있다. 원장직에서 해임된 구자영 교수가 원장직무정지 무효소송 행정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에서 내과 전공의들과 더불어 단합대회를 가지면서 집행부에 반기를 드는가 하면, 아직도 직전 이사장 강규찬 목사가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지만 1300여명의 행정직원들이 일심 단합하여 파업으로 인한 그 동안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집행부를 흔들기란 그리 쉽지 않은 것 같아 보인다. 이사장 김영동 목사는 신태은 목사의 이사직을 투표없이 복권시키고, 병원 관계자들과 대학의 보직 교수들을 만나 대화의 기회를 가지면서 병원과 학교의 현안들을 청취하는등 포용력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중요 현안들을 원만하게 처리하고 있는데, 의료원장 선임 문제도 지금까지의 관행과는 달리 주임 교수들이 복수 추천을 하면 이사회에서 선임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서 고신 교단의 지도자들은 물론 산하 기관의 많은 구성원들로부터 신임과 지지를 받고 있다.
●주임 교수들과 교수 협의회 복수 추천제
고신의료원 원장직은 박영훈 명예원장 이후 지금까지 거의 교단의 정치적인 힘과 논리에 의해 선임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김 영동 이사장은 이러한 관례와는 달리 고신의료원의 임상 주임 교수들이나 교수협의회가 적임자를 복수로 추천하면 이사회가 선임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서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원장 적임자를 추천해야 하는 주임교수들이나 교수협의회의 책임이 중대하게 되었다. 현재 고신의료원의 주임교수들은 총 24명이다. 이들은 외래도 보면서 의과대학에서 가르치는 임상교수들인데, 출신학교별로 분류해 보면 부산대 의대 출신이 11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는 경북대 의대 출신이 5명, 연세대 3명 경희대 3명, 이화여대 1명, 고신대 1명이다. 박 영훈 명예원장이 원장으로 봉직할 당시에는 의료원의 창설 멤버로 활약했던 경북대 의대 출신들이 보직을 독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동안 허리 역할을 해온 부산대 출신 교수들에게로 실질적인 무게의 중심이 전환되었으며, 현재 염하용 원장 대행은 연세대 출신이다. 따라서 현재의 주임교수들이 만약 학연에 얽매여 원장을 추천한다면 부산대 출신의 주임교수가 원장으로 추천될 확율이 가장 높다. 현재는 27일 열리는 교수협의회 임시 총회에서도 의료원장 추천문제가 논의될 전망이어서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의료원장을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잡은 주임 교수들이나 교수협의회는 학연이나 지연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고신의료원을 명실공히 이끌면서 발전시켜갈 수 있는 전문지식과 지도력, 그리고 신앙 인격과 고신 정신을 겸비하고 있는 인물을 사심없이 추천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주임교수들이나 교수협의회 마져도 지금까지의 이사회 행태처럼 정치적으로 담합하고 야합하며 분열되는 추태를 보인다고 한다면 고신의료원 역사상 처음으로 얻게 된 원장 추천권은 다시금 이사회로 되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모두가 마음을 비우고 원점으로 돌아가서 다시금 옛날 장기려 박사 시절의 복음병원의 명성과 박영훈 원장 시절의 암 센터 전문병원으로서의 고신의료원 위상을 회복하고 발전시켜갈 수 있는 인물을 추천해야 한다. 현재 의료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염하용 현의료원장 대행, 김재도 전 의료원장, 류태영 보건대학원장, 김상태 전 기획실장등이다.
금번에 추천되는 의료원장 후보는 무엇보다도 건실한 신앙 인격의 구비와 더불어 고신 정신에 투철한 인물이어야 하며, 전문지식과 지도력은 물론 1300여명의 행정직원들로부터도 존경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노조원들을 집행부와의 대립 구도로 보지 않고 이해심과 포용력을 가지고 품어나갈 수 있는 융통성과 합리성을 갖춘 인물이어야 할 것이다. 연령이나 출신 학교와 같은 편견에 사로잡힐 것이 아니라 40대와 50대 초반의 연령층에서도, 그리고 출신 학교와 관계없이 합당한 인물을 추천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복수 추천의 과정에서 이사회가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의 폭을 의도적으로 좁히려는 장난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 사람은 그럴듯한 인물을 천거하면서 다른 한 사람은 거의 상대가 되지 않는 인물을 천거하는 속 보이는 행동을 한다면 또 다시 이사회가 의료원장 후보 선임의 전권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관 시행 세칙 변경에 따른 후속 조처들
한편 학교법인 고려학원 이사회는 금번에 교육부의 승인을 받은 정관 시행 세칙을 다시금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 직전 이사장 강규찬 목사는 정관 시행 세칙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신대학교와 고려신학대학원, 그리고 고신의료원 등 산하 기관에서 봉직하고 있는 핵심 구성원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통합 조정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산하 기관들이 제각기 제출한 건의안을 탁상 행정식으로 취합하여 달리는 버스 안에서 전격적으로 날치기 통과시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따라서 교육부의 승인까지 받긴 했지만 이 시행 세칙은 시행상 많은 모순과 문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단적인 예로는 교단의 역사성과 정서를 무시한 채 고려신학대학원을 고신대학교에 종속시킨 문제와 의료원의 핵심 관계자들의 의견을 전적으로 무시한 채 고신의료원 체제를 부속 병원 체제로 전환시킨 점 등이다. 이런 이유로 말미암아 고신의료원의 명칭은 ‘고신의료원’, ‘복음병원’, ‘고신대학교 부속 병원’, ‘고신대학교 부속 복음병원’등 다양한 명칭으로 혼란스럽게 호칭되고 있으며, 의료원장과 부속복음병원장, 의무부총장, 의과대학장 상호간의 직급 관계와 역할 규정도 애매 모호하기 그지없는 상태이다. 뿐만 아니라 신학대학원과 의과대학을 총장 체제로 일원화 시켰다고 하지만 중요 보직교수들로 구성된 교무회의는 여전히 대학원장 한 명만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영도 캠퍼스의 교수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교수 임용 및 승진 규정도 각기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 총학생회의 구성과 활동에도 의예(학)과와 간호학과 학생들은 완전히 배제되어있는 상태이다.
그러므로 이사회는 정관 시행 세칙과 모법인 정관이 상충하는 점들이 없는지, 그리고 금번에 승인된 정관 시행 세칙이 과연 지금까지 비교적 자율성과 전문성을 가지고 운영되어오던 세 기관들의 운영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지를 신중하게 검토해 보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볼 때도 고신대학교와 고려신학대학원, 그리고 고신의료원은 그 역사성과 전문성에 있어서는 물론 위치적으로도 각기 산재되어 있어서 총장 중심의 중앙집권적인 행정이 결코 각 기관의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아님은 자명한 사실이다.
●부속병원체제에서 고신의료원 체제로 돌아가야!!
학교법인 고려학원 이사회는 특별히 고신의료원 체제에서 부속병원체제로 전환한 것이 타당성있는 결정인가를 신중하게 재고해 보아야 한다. 고신의료원 초창기에는 장기려 박사의 명성과 더불어 복음병원이라는 ‘상품명’(브랜드)을 가지고 환자를 모을 수 있었다. 그 후에는 누가 뭐라고 해도 박영훈 명예원장의 지도력과 수고가 작금의 고신의료원을 이룩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신의료원에 대한 박원장의 공헌은 한국근대사에 있어서 국가 발전의 기틀을 놓은 박정희 대통령의 치적과도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박 원장은 의학교육기관인 의예(학)과와 간호학과, 복음병원, 그리고 암 센터를 함께 통합하고 조정할 수 있는 기구로 고신의료원 체제를 만들었으며, 그 동안 복음병원이라는 브랜드는 어느새 고신의료원이라는 브랜드로 바뀌어져 정착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소위 ‘복음병원 바로 세우기 운동’을 주도한 개혁파 세력은 박 원장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하여 고신의료원 제도를 폐지하고 고신대학교 부속 병원 체제로의 전환을 시도하여 결국 고신의료원 구성원들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하게 부속병원 체제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부속병원 체제보다는 의료원 체제가 더 효율적이며 발전 지향적인 체제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교육인적자원부 산하에 있는 의학교육기관과 보건복지부 산하에 있는 병원의 업무를 통합하고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은 부속병원체제 보다는 의료원 체제가 훨씬 더 효율적으로 감당할 수 있다. 한 예를 들면 병원의 임상교수들은 의과대학장의 행정권하에 있는 동시에 부속병원장의 행정권하에 있다.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될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출장이나 안식년 등과 같은 사소한 문제에 있어서도 만약 두 기관의 장들이 행정적 판단을 다르게 할 경우 의료원장이 이를 조정할 수 있는 역할을 감당해 주어야 한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서 심지어는 ‘복음병원 바로 세우기 운동’의 한 핵심 관계자도 말하기를 “박 원장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것이지 의료원제도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누차 공언한 바 있다. 의료원 제도의 폐지는 분명히 공청회와 같은 충분한 의견 수렴의 과정이나 연구가 없이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감이 있다. 이런 점에서 고신의료원의 임상교수들과 행정직원들의 절대다수는 부속병원체제보다는 고신의료원 체제로의 전환을 바라고 있다.
-신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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