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계파 중심 논리와 담합적 행동에서 탈피할 수 있어야 한다
●은혜 중에 진행된 52회 총회
지난 9월 23일(월)부터 27일(금)까지 천안에 소재하고 있는 고려신학대학원에서 개최된 고신교단 제52회 총회는 은혜중에 개회되어 은혜중에 폐회되었다. 특히 금번 총회는 교단 설립 50주년을 기념하는 희년 총회로서 미주 총회와 유럽주 총회, 그리고 대양주 총회 등 해외에서 복음 사역과 고신 운동에 헌신하고 있는 목회자들이 함께 참석하는 뜻 깊은 총회였다. 처음에는 재정부장 낙하산 인사와 구자영 원장 퇴임 요구로 빚어진 고신의료원 파업 문제가 타결되지 않아 복음병원 노조와 민주노총이 합세하여 총회장을 점거하여 총회개회 자체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었으나 총회운영위원회와 노조측이 서로 인내하면서 대화하고 또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지혜를 발휘함으로써 극단적인 충돌은 없이 총회를 원만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위기를 화합과 대화로 해결하는 고신 교단의 저력을 다시 한번 대내외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직전 이사장 강규찬 목사와 황창기 총장, 그리고 창원의 윤 모 목사와 부산의 박 모 목사를 중심으로 하는 개혁파는 총회에서 새로운 이사를 선출하여 자기 계파의 인물을 이사장으로 세워서 구 원장 해임을 반대하려고 끝까지 시도했으나 총회 첫날 저녁에 총대들이 고의적으로 이사회에 불참하여 이사회 모임 자체를 무산시키는 일부 이사들의 행태를 비난하고 이사회가 조속히 모이도록 결의함으로써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지금까지 고의적으로 이사회에 불참하던 일부 이사들도 총회의 결의로 말미암아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이 자리에서 이사회 서기 김영동 목사가 이사장으로 선출되어 결국 구 자영 원장을 해임하는 결의를 하게 되었고 복음병원의 1300여 직원들은 그 다음날 즉시 직장에 복귀함으로써 병원 부도와 관선이사 파견이라는 위기를 일단 넘기게 되었다.
●황 총장, 구 원장, 박영훈 명예원장의 연쇄 회담
금번 총회에서 박 영훈 명예원장에 대한 비판과 논의는 총회 이전에 이미 황 총장과 구원장, 그리고 박영훈 명예원장이 각각 연쇄 회담(?)을 가짐으로서 김이 빠져버렸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황 총장의 함안 고향 친구라는 사람이 역시 박영훈 명예원장과도 친분이 깊은 사이여서 박 원장과 황 총장의 모임을 주선했다고 한다. 지난 19일에 모이기로 되어있는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로 돌아올 것이 뻔한 상황에서 개인적으로는 이사회에 참석하고 싶으나 구 원장에게 발목이 잡혀 있으니 못 가겠다는 심경을 피력하던 황 총장은 구 원장을 내년 4월까지라도 세우기 위해서 박 원장을 만나 도움을 구할 결심을 한 것 같아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구 원장을 해임하는데 동의를 해야 한 씨름 놓겠는데 외부의 압력 때문에 소신 있게 행동하지 못하는 황 총장은 박 원장에게 “화해하고 싶다. 도와달라”고 요청하였고, 박 원장은 “모든 것이 총장 휘하에 있으니 잘 하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 다음날에는 구 원장과 박 원장의 만남이 주선되었다. 이 자리에서 구 원장은 박 원장에게 “선배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라고 사과하고, 진료실과 자동차 열쇠까지 돌려주었다고 한다.
●고신의료원의 남은 과제
학교법인 고려학원 이사회 이사장으로 선임된 김영동 목사는 총회시에 이사회 모임을 갖고 노조측의 대폭적인 양보를 받는 대신 구 자영 원장을 해임하고 염 하용 의학대학학장을 의료원장 대행에 임명하는 조처를 단행하였다. 노조측으로부터는 유니온 샵을 오픈 샵으로 전환하고 인사위원회와 징계위원회의 구성 비율을 7:2로 조정하고, 추후 금번과 같은 파업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내었다. 노조로서는 구 원장을 해임을 관철시키는 대신 대폭적인 양보를 한 셈이다. 그러나 아직도 김종철 기획실장을 중심으로하는 구 원장 추종 세력들은 비교적 젊은 인턴과 레지던트들을 규합하여 성명서를 부착하는 등 이사회의 결정에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들의 행동은 병원 파업이야 해결되던 말던 겉으로는 신앙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자기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행동으로 비쳐지고 있다. 그러므로 병원의 빠른 경영 회복을 위해서는 될 수 있는 한 빨리 원장 대행의 꼬리표를 떼어주고 각 보직자들의 일괄 사표를 받아 복음병원과 김해복음병원을 일사불란하게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 주기를 많은 직원들이 바라고 있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강 규찬 목사가 이사장으로 재임할 당시 버스 안에서 벼락치기로 통과시킨 정관시행 세칙이 모법인 정관과 상충하거나 아니면 시행세칙이 오히려 모법인 것처럼 인식될 수 있는 모순들이 있다. 금번 교육부의 승인을 받은 정관 시행세칙에 의거하여 의료원 제도가 폐지되어야 하기 때문에 염하용 의료원장 대행을 부속 복음병원장으로 임명해야 하고, 이어서 의무부총장과 의과대학장 임명 및 이들의 역할 규정 등과 관계되는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져 있는데 이사회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여 이러한 문제들을 잘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금번 파업의 주도적 역할을 감당한 간호부를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현재 김해공항 파견소에 한직으로 전보 발령되어 있는 서 영애 전 간호부장을 재 등용하여 간호부의 지휘체계를 강화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행정처장, 도서관장, 재정부장, 기획실장 자리도 이제는 신앙인격과 전문지식을 겸비하고 있는 인재를 등용하여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시켜주어야 한다. 특히 김 만규, 정 기상, 서 판수씨 등의 경우처럼 대기발령 자리로 인식되어 온 도서관장직에 대한 이미지도 불식시켜 주어야 한다.
이사회와 의료원 집행부는 전임 이사장이나 총장이 가지고 있는 구태의연한 흑백논리로 노조를 적대시할 것이 아니라 노조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잇는 지도력을 보여 주어야 한다. 구 자영 원장을 퇴진시키기 위해서 복음병원 노조는 유니온 샵을 오픈 샵으로 전환시키는 양보를 하였다. 복음병원 노조는 처음부터 오픈 샵이었다. 그러나 이사회와 집행부의 합리성과 타당성을 결여한 부당한 인사행정으로 말미암아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으로 유니온 샵으로 전환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도 이사회나 집행부가 인사행정의 타당성과 공정성을 상실하게 되면 다시금 유니온 샵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사회와 집행부는 병원 직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만족하며 성실하게 봉사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 주는데 심혈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단설대학원 문제와 과제
금번 총회는 10여개 노회가 상정한 고려신학대학원의 단설대학원 추진을 결정하였다. 현행 교육법상 새로운 재산을 출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설대학원 추진을 결정한 배경은 복음병원 파업 사태를 보면서 극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는 신학대학원의 재산이라도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는 위기감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총회는 단설대학원 추진이라는 큰 틀을 결정하고 그 구체적인 실천 사항은 이사회에 일임하였는데, 이사회는 이제 현 정관을 변경하여 총회 결정대로 신대원의 학사행정과, 인사행정, 그리고 재정운영이 독립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해 주고, 장기적으로는 별도의 재단 구성을 통한 실질적인 독립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고신대학교 관계자들은 고려신학대학원의 단설대학원 추진은 고신대학교의 발전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황 창기 총장도 총회 석상에서 “차, 포 떼고 나면 대학이 죽는다. 우리 다 죽는다”는 식으로 단설대학원 반대를 호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학의 이러한 발상은 대학 자체의 부실을 정직하게 진단하고 개선하려는 생각이 아니라 이웃 동네의 시설을 끌어들여 거품 행정을 하려는 발상으로 밖에 인식되지 않고 있다. 대학은 신대원의 시설을 이용하여 덕을 보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러한 시도는 학생들의 불만을 증가시키는 악순환을 되풀이 할 뿐이다.
단설대학원 건은 김 병원 전 총장의 행정 방식처럼 의학부와 신대원에 비교적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운영을 허용해 주었더라면 대두되지 않았을 문제이지만 황 총장이 대학과 신대원, 그리고 병원이라는 세 기관을 모두 총장 산하에 장악하려는 무리한 시도로 인해 촉발된 문제로 회자되고 있으며, 이러한 반발은 앞으로 의과대학 교수들을 중심으로 거론되는 교수협의회 구성과 총장 직선제 제안 등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이사회는 고려신학대학원은 물론 의과대학과 병원도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총장 체제로 운영되기 보다는 전문인들에 의한 실질적인 행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구성원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어야 할 것이다.
●개혁파에 대한 우려와 경고의 신호탄
금번 제52회 고신총회는 개혁파 세력에 대한 물갈이 총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신의료원 파업 해결에 가장 큰 걸림돌로 인식되던 황 창기 총장은 “관선이사가 와도 좋다. 병원이 부도가 나도 좋다. 절의 중이 이사로 와도 좋다”는 발언에 대해 총회 석상에서 사과하였으며, 개혁파의 실세 중 한 사람인 고려신학대학원 이 성구 교수의 학위 논문건도 동료 교수들 3명이 이 교수의 논문 전체를 6개월 안에 완전 번역하여 총회 운영위원회에 제출한 후 결정하도록 하였다. 남부산 노회장 박 종칠 목사가 자신에게 쏟아지는 온갖 종류의 정치적인 비난을 감내하면서도 소신을 가지고 신학적인 문제로 제기하였기 때문에 이 정도의 결실을 도출해 낼 수 있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고신 교단은 이 교수의 논문 문제를 정치적 논리로 희석시키거나 해결할 것이 아니라 고신 교단이 표방하는 개혁주의 신학의 이념을 고수하고 전파하려는 신학적이며 교리적인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 가야 할 것이다.
한편 신 태은 목사의 이사직 복권 문제도 행정부가 복권시키기로 제안하여 이사회에서 복권시키기도록 일임하였다. 들리는 소문에는 신목사를 이사회에 복권시키지 않을 경우 교육부가 이번에 새ㅣ로 선출된 7명의 이사등록을 안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정족수가 15명인데 14명으로만 이사회가 구성된다면 교육부가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다. 따라서 신태은 이사자리 복권은 불가피하다는게 교육부한 관계자의 코멘트다.
곽 삼찬 부총회장으로 강 규찬 목사와 이 금조 목사도 희년이라는 미명하에 즉석에서 화해하도록 요구하였으나 이 목사가 거절함으로써 강 목사가 진주로 내려가서 직접 사과하도록 화해를 종용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 목사는 진주지방 검찰청에 강 목사를 명예 훼손 혐의로 고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그리고 이 용호 목사와 윤 희구 목사가 경합한 총회 서기도 이 용호 목사가 작년 보다 더 큰 표차로 당선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은 ‘개혁’이 ‘개혁파’가 되었고 개혁의 주체가 개혁의 대상이 되었다는 우려가 금번 총회에서 행동으로 표출된 것임을 알고 소위 개혁파와 고목협은 보다 더 겸허한 자세로 고신 정신을 이어가는 개혁의 노력을 감당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교단 설립 5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있는 희년 총회가 은혜 중에 폐회되었다. 이제는 서로를 비판하고 잘라내는 극단적 논리가 아니라 신앙과 화합의 정신으로 미래를 향해 도약하는 교단이 되어야 한다. 더 이상 정치적인 계파 중심으로 담합하고 무비판적으로 맹종하는 비신앙적인 일들이 없어야 한다. 개혁은 개혁으로 끝나야 한다. 개혁의 주체는 전리품을 나눌 것이 아니라 교단을 위해서 썩어지는 한 알의 밀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신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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