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논리로 풀어 가면 악순환 되풀이 될 것
●무책임한 일부 이사들의 직무유기
교육인적자원부는 학교법인 고려학원 이사회의 이사장을 해임한 후, 8월 27일에 이사회로 모여 이사장을 선임하고 고신의료원의 파업을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함께 머리를 맞대고 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해야 할 이사회는 7명의 이사들만이 참석하여 이사 정수의 과반수(8명)를 채우지 못해 개회조차 하지 못하고 일주일 뒤에 다시 모이기로 하고 헤어졌다. 의료원장 퇴진을 반대하는 4 명의 이사들 중 황창기 총장은 늦게 참석하였으나 김영철, 조형기 천명환 이사는 끝내 불참하였고 외유중인 정근두 목사의 불참에 따라 개회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의료원장 퇴임 문제를 다루기는커녕 이사장 대행 선임도 하지 못함으로 인해 고신의료원 파업 해결은 더욱 혼미해 지고 있다. 일부 이사들의 이러한 불참은 의료원 사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가 아니라, ‘못 먹는 밥에 재나 뿌린다’는 식으로 어차피 자기들이 내세우는 이사장을 선출하지 못하고 구자영 의료원장 퇴진도 불가피한 상황임을 인식하고 아예 관선이사가 선임되는 쪽으로 몰고 가려는 전략인 것처럼 해석되고 있다. 따라서 일주일 후에도 이들 일부 이사들이 참석한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고신의료원의 부도와 관선이사 파견은 더욱 더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개혁파 세력이 다수일 때는 달리는 버스 안에서도 회의를 열어 의결을 강행하던 사람들이 수적으로 불리하게 되자 의료원이 이렇게 설립이래 최대의 위기에 처해있는데도 이사회에 참석조차 하지 않는 것은 지극히 무책임한 행위이며 직무유기인 동시에 심지어는 사회적 범법행위와도 같은 것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개혁파의 강경 입장과 삼권 장악 의도
고신의료원의 사태를 이처럼 위기의 벼랑 끝까지 몰고 오게 된 배후에는 근본적으로 전문성과 합리성보다는 ‘정치목사와 장로’들이 정치적인 논리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병원과 대학, 그리고 신대원의 소위 삼권을 장악해야 교단을 개혁할 수 있다는 개혁파 실세들과 고목협(회장 김철봉 목사)은 이러한 비난의 화살을 정면으로 받고 있다. 1300여명의 행정직원들이 구자영 의료원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4명의 이사들이 강경하게 버티고 있는 것은 구원장으로부터 모종의 로비를 당한 것 아니냐는 억측까지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교롭게도 구원장이 최근 약제부장을 불러 모 제약회사로부터 3천만원을 빌려오게 했는데 제약회사측에서 이 돈을 돌려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는 미확인된 이야기들이 불거져 나오면서 이러한 억측은 더욱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특히 강규찬 전 이사장은 개혁파 실세들의 힘을 등에 업고 아직도 임기가 일년 이상이나 남아 있는 고려신학대학원 이승미 교수의 원장직을 해임하는 무리수를 단행하였다. 마치 교육부의 감사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처럼 위장했으나 실제로 원장직 해임은 교육부 감사결과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교단 정치의 핵심에 있으면서 고신교단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정치목사’로 인식되고 있는 고려신학대학원 이성구 교수의 학위 논문에 대해 남부산 노회장인 박종칠 목사가 그렇게도 강하게 신학적인 문제를 제기하는데도 지난번 총회에서 3년 안에 아모스 주석 한편을 집필하는 것으로 매듭지으려고 하였다. 이런 일련의 일들을 보면서 교단의 많은 인사들은 이교수나 구원장의 경우에는 만약 이들이 개혁파의 실세들이 아니었다고 한다면 당장에 이승미 전 원장의 경우처럼 해임 조치하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결국 자기들의 소위 개혁 드라이브에 맞으면 교육부의 지적이나 감사결과를 자기중심적으로 이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교단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병원이 부도가 나도 좋다’는 식의 논리와 삼권장악을 노리는 정치적 논리와 힘으로는 현재의 위기를 결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은 구자영 원장과 뜻을 같이 하면서 많은 기대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신앙적으로나 인격적으로 학생들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고 있는 의학과 과장 정현기 교수 같은 사람들도 원장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사태임을 고신교단의 인사들은 인식해야 할 것이다. 안타까운 일은 이러한 형편에서 정신적인 지주가 되고 행정직원들을 신앙으로 인도하며 원장에게 직언을 해 주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는 원목실장이 자신의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권위와 설득력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숨은 “일등공신”, 간호학과 일부 교수들
그런데 개혁파가 구자영 교수를 의료원장으로 등장시키는데 공헌해 준 실질적인 일등공신은 간호학과의 일부 교수들이라는 사실은 의학부 내에서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한다. 이들은 처음 의학과로 부터의 소위 접방 살이 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이사들을 직접 찾아가 하소연하고 로비를 하면서 자기들의 요구가 먹혀 들어가는 재미를 보기 시작하였다. 원래 순진한 목사님들은 손에 무엇을 들고 직접 찾아와서 이야기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알았다! 내가 처리해 주겠다.’는 식으로 대답하고 행동으로 과시하는 등 개인적인 부탁에 약한 법인데, 이러한 심리를 잘 간파한 간호학과 일부 교수들은 병원과 학교의 문제들을 외부로 찾아다니면서 흘리고 부탁하는 작전을 십분 활용했다고 한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고목협 목회자들과 관련있는 간호학과 일부 교수들과 구원장의 부인, 그리고 복음간호학교 출신인 황총장의 부인이 함께 의기를 투합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황총장과 일부 이사들, 그리고 일부 감사들이 듣고 이해하게 되는 정보는 일방적이며 편향적인 정보일 수 밖에 없었고 이러한 제한된 정보들은 결국 교단 지도자들의 판단을 거르치게 만들었으며 지금도 잘못된 판단을 하게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제법 설득력있게 흘러 나오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원래는 교단 정치의 소위 “정”자도 몰랐던 간호학과 교수들마져도 이제는 ‘정치 맛’을 느낄 정도로 정치에 오염이 되어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의학부 관계자는 뼈있는 말을 던지고 있다. 더욱 개탄할 일은 서로 사랑하고 화합해야 할 교수 사회가 교단 정치바람으로 말미암아 편가르기로 분열되어 서로간 진실된 대화와 감정의 교류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강경자, 태영숙, 박금자 교수는 ‘박원장 편’, 그리고 강은실, 이지현, 이영은, 이명화, 손수경 교수는 개혁파와 관련 있다는 소문들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소위 ‘박원장 편’의 교수들은 성격상 전혀 정치와는 무관한 교수들인데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자신들이 그렇게 편가름을 당하고 있는 형편이더라는 것이다. 이제 교육부의 정관 승인에 따라 간호학과는 간호대학으로 승격되었다. 기독교보의 표현대로 고신의료원의 파업 사태만 아니면 축제라도 벌이고 싶을 것이다. 마치 초상집에서도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할 지경일 것이다. 이러한 놀라운 일을 성취하는데는 교단의 정치목사들을 찾아다닌 소위 ‘정치에 맛들인’ 일부 교수들의 공적이 아닐 수 없다. 간호학과 교수들은 이제 챙길 만큼은 거의 챙긴 것 같다. 그러므로 이제는 ‘찾아다니고, 모이고, 숙덕이는’ 일 보다는 서로 화합하고 연구하고 가르치는 교수 본연의 일에 분골쇄신해야 할 것이다.
●정관변경에 따른 문제점과 후속 조처
교육부는 금번에 이사장을 해임하는 조처를 단행하면서 그 동안 보류해 왔던 정관변경을 승인해 주었다. 대학과 관계되는 중요한 내용은 현재의 학부체제를 단과대학체제로 변경 신청한 것을 승인해 준 것이다. 이에 따라 고신대학교는 신학대학, 자연과학대학, 예술대학, 의과대학, 간호대학으로 개편됨과 동시에 의료원제도가 없어지고 병원장 체제가 되었다. 이에 따라 9월 1일부로 5개 단과대학장을 임명하는 인사를 단행해야 하는데 이사회가 표류하고 있으니 총장이 체제정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교육부의 정관변경 승인에 따른 단과대학 체제 개편을 두고 교단과 병원 일각에서는 이것은 구조 조정이 아니라 완전한 ‘거품’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단과대학 체제로 정비하려면 대학 안에 교무과와 학생과를 두어야 하는데, 의과대학은 교수와 학생수 등 규모에 있어서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겠지만 다른 대학들은 단지 몇 개 학과로 구성되는 단과대학이 되며, 특히 간호대학은 1개 학과로서 의학부의 1개 교실 정도에 불과한데 이제는 같은 대학(장)으로서 완전히 동등한 대우와 자율성과 독립성을 요구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일반 대학에 비교하면 실제로 한 두개 정도의 단과대학에 불과한 고신대학교가 5개의 단과대학으로 개편되면 조그마한 대학이 몸집을 줄이기는커녕 모두가 보직교수가 되는 가분수 기현상이 생기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의무부총장의 역할과 합리적 선출 방법
의료원 제도가 없어지고 병원 체제로 개편됨에 따라 이제는 의무부총장이 병원과 암센터, 의과대학, 간호대학, 그리고 보건대학원을 총괄하는 체제가 되었다. 물론 지금까지도 의무부총장 제도는 있었지만 의료원장이 겸임하여 실질적으로는 의료원장이 통제하는 위치에 서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의무부총장이 명실공히 모든 실권을 장악하고 통제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의무부총장을 어떻게 선출하느냐에 쏠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런 문제를 두고 현재 의학부의 모든 교수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이제는 인사행정이 합리성과 타당성을 가져야지 종래와 같은 정치 논리에 지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사행정이 과거에는 박영훈 명예원장의 소위 카리스마의 그늘에 있었고, 근래에는 개혁파와 고목협의 정치적 입김에 지배되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이러한 정치적인 카테고리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서 그야말로 인물과 능력 중심의 인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또 다시 정치적인 계파위주로 인물을 선출하게 되면 구원장과 같은 사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치 계파를 따라 줄을 서거나 ‘해바라기성’ 교직원들이 줄줄이 생겨나고 편가르기를 시도하는 부작용이 재현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금번 의료원 파업 사태도 의료원장의 인맥을 따라 보직을 결정하고 임의로 전보 발령하는데서 발단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 했으면 이충환 병원장이 “나는 줄을 안 서겠다. 보직 안해도 좋다!”고 말할 정도였겠는가? 대학과 병원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교수협의회 회장이 이사장을 찾아다니다가 기획실장 자리를 차지했다는 소리, 의료원장이 다니는 교회에는 어느 교수가 출석하고 있다는 소리, 총장이 편법으로 이중직을 맡고 있는 대학교회에 출석하는 안수집사는 처장이 되고 심지어는 임명된지 6개월도 안되는 여자 전임강사가 대학교회에 출석하기 때문에 부처장이 되었다는 소리들이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아야 한다.
이제는 하향식 인사가 아니라 상향식 천거 인사가 되어야 한다. 연구업적과 진료성적, 경험과 능력을 근거로 교수 사회에서도 덕망이 있고 촉망받는 인물을 복수 또는 3배수로 인사위원회에 추천하면 이사회가 합리성을 바탕으로 의무부총장을 선출하는 방식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며, 교수들을 정치세력으로부터 차단하고 보호해주는 방식이다. 이제는 일인전횡이나 계파중심의 정치논리가 아니라 합리성을 가진 민주주의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그래야 대학도 살고 병원도 살게 된다.
●폐쇄적 행정 체제에서 개방적 체제로 전환해야...
고신대학교가 5개 단과대학 체제로 개편하게 되면 가장 먼저 현재의 폐쇄적 행정 체제에서 개방적인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체제상으로 볼 때 학교의 모든 정책과 방향을 결정하며 앞으로 심지어는 의과대학과 병원까지 통제하게 될 현재의 본부 교무회의는 대학원장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영도의 신학부와 자연과학부 교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교수 경력도 비교적 부족할 뿐만 아니라 고신교단과의 연결 고리도 비교적 부족한 사람들이며, 병원과 의과대학을 총괄할 수 있는 전문적인 지식과 안목이 없는 사람들이다. 현재의 자연과학부 교수들이 주축을 이루는 교무회의 구성상으로는 신대원의 인사와 정책을 결정하는 행정을 총괄하기에는 더욱 무리한 감이 있다. 고신대학교가 연세대학교나 계명대학교와 같이 의과대학과 병원까지 총괄하는 일반대학의 행정체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교무회의 구성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한다. 신학대학원과 의과대학의 교수들도 교무처장과 학생처장 등 중요 보직에 임명될 수 있어야 하며, 심지어는 총장 자리도 이제는 꼭 목사 교수로 임명해야 한다는 편견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 의과대학의 교수들도 총장 자리에 오를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교직원과 학생 규모는 물론 대사회적인 인지도면에서도 의과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그러니 지금도 벌써 총장을 직선제로 선출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들이 강하게 나오고 있으며 이러한 주장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고신대학교는 행정적으로 볼 때는 5개 단과대학으로 구성되는 일반대학이며 이념적으로 볼 때는 기독교종합대학교이다. 그러므로 지금까지의 신학교 또는 신학대학이라는 이미지를 빨리 불식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의 가장 중요한 행정기능을 감당하는 교무회의의 구성을 폐쇄체제에서 개방체제로 전환하는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절의 중이 떠나도록”
의료원 파업이 연일 계속되고 병원이 부도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데도 일부 이사들이 정치적 계파 중심의 논리에 지배되어 이사회에 참석조차 않고 있고 공인으로서의 총장이 절의 중이 이사로 와도 좋다고 발언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행위이다. 이러한 행위는 스스로 관선이사를 촉진하는 배 교단적인 행위로서 총회에서 징계를 받아야 마땅한 이사직무유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제 일주일 후에 모이게 되는 이사회에서는 진정으로 교단과 학교, 그리고 병원을 위해서 마음을 비우고 진지하게 사태를 수습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사장 해임에 따른 후속 조치들을 정도를 따라 신속하게 합리적으로 해결해 주어야 한다. 동시에 전임 원장들이나 보복인사를 당한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해 주고 명예를 회복시켜 줌으로써 고신교단 설립 50주년을 기념하는 희년의 의미를 구현해 주어야 한다. 이 길만이 이스라엘의 바벨론 유배와도 같은 관선이사 파견을 사전에 막는 길일 것이다.
신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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