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진적 성장을 이루는 교회가 있다. 갑작스레 어떤 계기로 부흥하기보다 꾸준한 성장을 보이는 교회, 백양로교회를 찾았다. 부산시 부산진구 당감동에 위치한 백양로교회는 1967년 범천동에서 ‘보은교회’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올해 45주년을 맞았다.
‘제자되어 제자삼는 교회’
2005년 제4대 담임목사로 부임한 김태영 목사는 이미 교회가 전임목회자로부터 건강하게 성장해 있음을 보았다. 제3대 담임목사인 신동작 목사는 이벤트가 아닌 교육목회를 했다. 10명씩 한기수로 6개월간 공동체 훈련을 시켜 48기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들 다수가 지금도 교회 각처에서 헌신하며, 교회의 저력이 되고 있다.
그래서 김태영 목사는 교회를 부임하기 전, 교육에 바탕이 되어있는 교회이기에 좀 더 심화된 훈련으로 1년 과정의 제자훈련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제자훈련을 꾸준히 진행시켜 왔다. 특히 성도들이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많아 다양한 과목의 스쿨을 진행하고 있다. 부목사 자신들이 원하는 과목을 1년전 담임목사에게 제출해 매년 3월부터 12월까지 다양한 강좌가 개설된다. 찬양스쿨, 큐티스쿨, 중보기도스쿨, 교회사 등 담임목사의 지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부교역자들이 자신이 관심있고 자신있는 과목을 개설해 가르치다보니 더 큰 효과를 얻고 있다. 또한 성도들이 원하는 과목은 외부강사를 초청해 강좌를 개설하기도 한다.
‘제자되어 제자삼는 교회’를 모토로 달려오고 있는 백양로교회. 어느날 성도들이 김태영 목사에게 제자되어 제자삼는 교회가 어떤 형태로 나타나야 하는지 물었다. 이에 김태영 목사는 “배우든지, 가르치든지, 기도(찬양)하든지, 전하든지, 섬기든지 하라”며 큰 모토의 뿌리에 이 다섯 나뭇가지를 통해 각각의 열매가 맺어질 것이라 설명했다. 그래서 성도들은 배우든지, 가르치든지, 기도하든지, 전하든지, 섬기든지 뭐든 한가지는 한다. 이러한 성도들의 열정으로 교회는 날마다 부흥하며 교회학교를 포함해 2100여 명이 출석한다.
헌신은 이런 것
김태영 목사가 부임 후 가장 신선한 충격을 받은 것이 남녀전도회다. 대부분 교회에서 전도회는 모임이 잘 이뤄지지도 않지만 모인다 하더라도 주로 야유회, 식사 등 친교모임이다. 그런데 백양로교회 남녀전도회는 헌신예배를 할 때 더욱 빛난다. 보통 헌신예배를 통해 얻은 헌금을 수익으로 사업을 갖지만, 백양로교회는 헌신예배를 할 때 그 기관이 교회에 헌금하고 반드시 예배 전 성가대 가운을 세탁하거나 교회청소, 혹은 마을회관청소, 거리청소 등 참된 헌신을 하고 에배를 가진다. 몸과 시간을 내어 헌신하고, 물질을 드려 헌신하는 것이다. 지금도 잘 이어져 내려오는 백양로교회의 좋은 전통이다.
좋은 이웃이 되어 준 교회
백양로교회는 동네에서 봉사 잘하기로 소문난 교회다. 오랫동안 다양한 영역에서 봉사와 섬김으로 지역사회에 좋은 이웃이 되어주고 있다.
장수시대에 노인들의 역할을 위해 종교를 초월해 노인대학을 개설했다. 6년째 진행하고 있는 노인대학은 매주 250~300명이 참석한다. 이 중 교인은 20% 정도며, 나머지는 불신자들이다. 노인대학을 시작하기 전 2년간의 준비 끝에 교회에서 50여명의 봉사자들이 이 사역에 동참하고 있다. 각자의 재능으로 음식을 마련하거나 영어반, 한글반, 일본어반, 국악반, 요가체조반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평일에는 학생들을 위한 공부방이 운영 중이다. 결손가정, 불신자가정을 중심으로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데, 줄 서서 기다릴 만큼 호응이 뜨겁다. 공부에 관심도 없던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고, 반 등수가 낮은 아이들이 3, 4등을 할만큼 교육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부모들이 담임목사에게 찾아와 고맙다고 인사하며, 학교 교사가 교회로 찾아와서 공부비법을 물어 볼 만큼 소문이 자자하다.
교회는 1년에 한번씩 1004헌금을 한다. 한사람이 1만원씩, 1004명의 헌금에 교회 재정을 보태 ‘좋은이웃’에게 전달한다. ‘좋은이웃’은 6년 전 백양로교회에서 만든 봉사단체로 한달에 한번씩 이웃을 섬기고 있다. 겨울에는 연탄을 제공하기도 하고 어려운 노인이나 장애인 가정을 찾아가 집을 수리해 준다. 신자, 비신자 가정을 격월로 선정해 도배, 보일러 수리를 한다. 또한 교회가 침수된 곳이 있으면 찾아가 도움의 손길을 건넨다. 교회가 좋은 이웃이 되고자 하는 마음 그대로를 따서 이름을 지었다. 이 마음이 전달돼서일까, 교회에 너무 고맙다며 감사의 뜻을 전하는 이들이 많다. 향후 10년이 지나면 좋은이웃을 NGO단체로 등록해서 교회뿐 아니라 시민들도 함께 동참해 사역을 확대할 계획도 갖고 있다.
IMF 이후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의사, 한의사 등 20여 명의 백양의료봉사단을 조직해 섬겨왔다. 근래에는 의료시설 및 혜택이 잘 되어서 하지 않지만 백양의료봉사단을 모태로 그린닥터스가 태동했다.
3년전부터 아기학교를 개설해 진행 중인데 이 역시 호응이 뜨겁다. 3세 이하의 아기와 보호자 1명이 참석하는데 불신자 가정에서 절반 이상이 참석하고 있다. 백양로교회는 아기학교를 시작하기 전 서울 충신교회에 가서 프로그램을 보고 배워왔다. 지금은 충신교회에서 부산, 경남, 대구지역 일대는 백양로교회를 찾아가라고 소개할만큼 운영이 잘 되고 있다. 소문을 듣고 찾아 온 교회가 너무 많아 최근에는 공개강좌를 통해 아기학교 운영을 소개했다. 아기학교를 통해 매년 10가정 정도가 교회에 등록하는 영혼구원의 결실도 맺고 있다. 백양로교회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향후 맘데이 혹은 시어터즈(명칭은 미정)로 매주 어느 특정 요일에는 교회에 아기를 맡기고 엄마가 필요한 업무나 쇼핑, 목욕, 친구와의 만남 등 하루의 자유시간을 주기 위해 구상 중이다.
2기 사역을 시작하는 김태영 목사
한국교회의 심각한 도전은 다음세대가 무너진다는 것이 김태영 목사의 생각이다. 그래서 부임 후 다음세대를 위해 준비해야한다고 늘 버릇처럼 말해왔다. “지금 잘 나가다가 20년, 30년 후에 작아지는 교회가 아니라 30년 후에 더 좋은 교회를 물려주자”고 말했다. 그래서 교회 본관과 같은 규모의 1200평 비전센터를 지었다. 비전센터가 건축되고 청년, 청소년, 어린이들에게 “이것은 교회 어른들이 너희들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다. 교회가 다음세대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으니 교회에서 마음껏 꿈꾸고, 꿈을 펼쳐라고 말했다.
만 7년간 백양로교회를 사역한 김태영 목사는 올해 안식년을 보내고 제2기 사역을 시작했다. 1기에는 제자되어 제자삼는 교회를 큰 틀로 삼고 교회를 섬겼다. 안식년으로 가진 2개월간의 휴식기 동안 통합총회 세계선교부장으로 세계를 다니며 100여 명의 선교사를 만나면서 선교적 도전과 함께 받은 것은 2기 사역은 기도하는 교회로 방향을 이끌어야겠다는 것이다.
김태영 목사는 성도들에게 “목사는 목사로서, 장로는 장로로서, 집사는 집사로서 하나님만 아는 눈물, 하나님만 아는 충성이 있어야 한다. 세상의 승패 잣대에 연연해하지 말고 자신의 달란트대로 하나님 나라를 세우자”고 말했다.
앞으로의 7년은 하나님을 가까이 하며, 드러나지 않지만 기도의 영적 힘을 가진 교회로 성장할 백양로교회의 내일이 기대된다.
오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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