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인권 자료 전시회 보며 “가슴 시린 아픔 느껴”
- 탈북민 패널 토론회, 북한 고유음식 시식회 등 생활문화 체험 축제 열려
- 생생한 교육의 현장으로 방학 맞은 학생들 방문 잇따라
부산시 사하구 다대동에 위치한 탈북민 신앙공동체 장대현교회(담임 임창호 목사)가 설립 3주년을 맞아 ‘북한주민 생활문화 체험 축제’를 열었다.
장대현교회 성도들은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한다. 3년이라는 길고도 짧은 시간동안 장대현교회가 넘어 온 산이 많기 때문이다. 교회의 예배처소가 없어질 위기에 처했으나 경주 읍천교회의 도움으로 새롭게 예배당을 마련해 지난해 11월 개척 설립예배를 가졌다. 하나님의 보호 아래 한걸음씩 걸어 온 장대현교회가 어느덧 3년을 맞아 혼자 걷기도, 달리기도 한다. 그동안 걸어 온 발자국보다 앞으로 달려갈 길이 더욱 기대되는 장대현교회가 이제 지역을 향한 섬김의 팔을 뻗었다.
7월 20일(화)일부터 25일(주일)까지 장대현교회는 축제의 기간으로 보냈다. 특히 20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북한인권 자료 전시회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가슴 시린 아픔을 느끼게 했다. 북한인권 자료 전시회는 임창호 목사가 미국에서 목회하며 알게 된 문국한 대표(북한인권국제연대)와의 인연으로 마련됐다. 함경북도가 고향인 장길수(1984년생) 가족은 4가족 16명이 북한을 탈출한 때는 지금부터 10여년 전인 1999년이다. 두만강을 건너 중국 연길, 흑룡강, 대련 등에서 은신해 지내다가 우역곡절 끝에 15명이 한국행의 꿈을 이뤘다. 안타깝게도 장길수 모친 정순애씨는 2001년 3월 중국공안에 체포돼 강제북송 후 소식을 모르지만 아마 모진 고문 끝에 사망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장길수 가족들은 은신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북한에서의 일상들과 중국 은신처의 삶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고 대담하게 그림을 그리고, 일기를 남겼다. 약3년간의 은신 생활 중 380여점의 크레파스 그림을 남겼고 이번 전시회에 공개된 원화 그림은 국내·외 언론에 소개된 것을 중심으로 30여 점을 전시했다.
문국한 대표는 “장길수 가족의 영화와 같은 탈북이야기는 한 개인과 가족사이기 전에 굶주림과 병마에 시달리며 독재자의 억압에 신음하는 2천3백만 북한 주민들의 기록물이며, 동시에 지금 이 시각에도 중국 등 이국땅을 떠돌며 쫓겨 다니는 수십만 탈북자들의 고통과 슬픔의 기록”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북한에서 어렵게 가져 온 편지들과 장길수 가족들이 그린 그림, 각종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특히 장길수 가족들이 그린 그림에는 공개처형 과정을 시간순서대로 그린 것을 비롯해 병풍으로 만든 공개처형 모습, 산에서 나무 껍질을 벗겨 먹는 모습, 배가 고파 뱀, 쥐 등을 잡아먹는 모습, 가마솥에 인육을 끓이는 모습 그리고 이 인육이 시장에 판매되고 있는 모습 등이 그려져 있다.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런 전시회를 보고 가슴 메이는 아픔에 할 말을 잃었고, 10대 청소년들은 믿기지 않는 현실에 호기심 가득한 모습으로 전시회를 관람했다.
전시회 뿐만이 아니라 교회 식당에는 북한 고유음식 시식회가 열렸다. 익은 옥수수 가루에 물을 부어 반죽해서 바로 먹을 수 있어 빨리 먹을 수 있다는 뜻으로 ‘속도전’, 일명 ‘펑펑이떡’으로 잘 알려진 떡을 비롯해 명절에 먹을 수 있는 송편, 속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고 밀가루로만 튀긴 북한 튀김 덴푸라, 찹쌀이나 고기는 없이 야채와 쌀, 파, 마늘로 만든 북한 순대, 옥수수 가루로 만든 국수 등을 시식할 수 있게 했다. 국수는 원래 북한에서 온면으로 먹지만 무더위 때문에 냉면으로 준비해 참가자들에게 국수를 맛보게 했다. 장대현교회 성도는 “이렇게 대접한 음식들은 북한에서도 아주 고급스런 음식으로, 명절이나 특별한 때에 맛볼 수 있다”면서 “이거라도 먹을 수 있다면 왜 이 곳에 왔겠냐”며 가슴 아픈 한마디를 남겼다.
그 외에도 숭실대학교 주관 탈북민을 위한 컴퓨터 무료강좌, 최승희 제자인 무용가 김영순 초청 간증 및 무용발표회, 북한영화 ‘홍길동전’ 상영회, 탈북민 5인 패널 토론회 등을 가졌다. 탈북민 5인 패널 토론회는 ‘북한주민생활을 말한다’는 제목으로 24일(토) 오후 7시 교사, 의사, 여군, 노동자, 공무원이 각각 나서 북한 생활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전한다.
또한 25일(주일) 오전 11시에는 장대현교회 3주년 기념예배 및 서울 새터교회와의 자매결연식을 가진다. 이날 평양예술단이 특별찬양을 하며 이어 ‘평양예술단 초청 부산공연’이 25일 오후 2시 30분 부산북교회(담임 조서구 목사)와 오후 5시 30분 사직동교회(담임 김철봉 목사)에서 각각 공연이 열린다.
임창호 목사(고신대 교수)는 “탈북민들로 구성된 장대현교회가 올해 7월로 설립 3주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동안 하나님의 은혜와 많은 지역교회들,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꾸준히 발전해 올 수 있었던 것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금번 설립 3주년을 기념하면서 북한주민 생활문화 체험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특별주간을 마련했다. 많이 오셔서 북한주민생활을 직접 체험해 보시고 신앙공동체 안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탈북민들을 힘껏 격려해 주시면서, 통일한국으로 향하는 첫 걸음에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오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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