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강영우 박사를 꿈꾸며...“내 인생에 핑계와 변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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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산나복지재단 정연길 사무장 |
그리 절망하거나,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맹학교에 갔을 때 오히려 더 희망적이었죠. 뭐든지 열심히 하면 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꿈많은 소년이었던 정연길 사무장은 망막색소변성이라는 판정을 받고 점점 시력을 잃어갔다. 그 후 고향인 충청남도 금산을 떠나 부산 맹학교에 중학교 3학년으로 편입했다.
평범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그는 시력을 잃었지만 실망하지도 절망하지도 않았다. 점자를 몰라 중학교 3학년으로 재편입을 하고, 다시 고등학교 3년을 다녀야 했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꿋꿋하게 생활했고, 학생회장까지 역임할 정도로 활달했으며,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기도 했다.
다른 친구들은 저희 집이 잘 산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학생회장까지 하며, 밝은 모습만 보였으니까요. 하지만 가정형편은 무척 어려웠습니다. 아버지께서 후두암으로 후두를 절개하는 수술을 하시고, 가사가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더 청천벽력 같은 사실은 아버지의 후두암 판정이 오진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보지 못하는데, 아버지는 말을 하지 못하시고...아버지와의 의사소통은 불가능해졌습니다. 무엇보다 그것이 가슴아팠습니다.
사람들은 한가지 아픔만 가지고 있어도 자신을 쉽게 버리려고 한다. 그만큼 나약한 것이 인간이다. 하지만 정 사무장은 숱한 아픔을 이겨냈다. 그를 더 강하고 담대하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뜻이 담겨 있는 것일까?
고등학교 시절 체육선생님께서 강력하게 운동할 것을 권유하셨습니다. ‘88 서울장애인 올림픽에 육상부 국가대표로 발탁되어 결승전 입선에 그쳤지만, 높이뛰기에서 비공인 세계 신기록을 가지고 있었고, 전국체전 육상 각 부분에서 금메달 십여개를 수상했기 때문에 학교의 명예를 높일 수 있는 일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리고 대학도 운동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욕심이었는지 잘되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대학에 갈 수 있을까해서 아르바이트로 모아둔 돈은 아버지의 보청기를 사 드리고 눈물을 머금으며 대학 진학에 꿈을 접어야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운동도, 대학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92년 바로셀로나 장애인올림픽에 다시 도전한 것이다. 주위에서 만류했지만 그의 의지는 꺽지 못했다. 계속해서 운동을 했던 것도 아니고, 고등학교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한 후였다. 꾸준히 운동을 하고, 준비한 사람도 쉽지 않은 것이 올림픽이다. 게다가 그의 주종목이 취소되었고, 바로셀로나행 비행기에 탑승했다가 고막이 터지는 사고까지 당했으며, 연습 중 발목부상을 입기도 했다. 상황은 점점 더 나빠져 갔다. 하지만 그는 어느 한 분야에서 우뚝 서고 싶었다. 그리고 아버지를 실망시켜 드리고 싶지 않았다.
그때 경기장에서 기도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기도가 나왔습니다.
‘하나님 이 경기를 잘 치뤄 낼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이 기도를 들어주신다면 하나님을 믿고, 교회에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뛰었습니다.
그는 멀리뛰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했고, 대통령 체육훈장 백마장을 받았다. 결정적인 순간에 하나님을 찾은 그는 응답을 받았고, 그 이후 신앙생활을 시작했고, 물리치료실을 운영하기도 했다. 사업은 잘 되었고 이제 모든 것이 순탄한 듯 보였다.
그저 내 힘으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95년 사업이 기울기 시작했고, 하단으로 이사를 오면서 호산나교회에 출석하게 되었습니다. 신앙훈련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청년부 찬양예배를 인도하게 되었습니다. 찬양싱어로도 한번 서 본적이 없는 저였고, 단순히 공동체를 섬길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며 기도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큰 일을 섬길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힘들거라고 걱정하셨지만 최홍준 목사님께서 저를 믿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모든 것은 주의 은혜로 할 수 있었다고 고백하는 정 사무장은 호산나 교회 청년부 찬양 리더를 훌륭하게 해냈다. 그리고 99년에는 부산청년연합회 성령축제의 찬양팀장을 맡기도 하는 등 열심히 찬양사역에 힘썼다.
그리고 2000년에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하는 사회복지사 양성과정에 합격했다. 하지만 어려운 형편이라 학업을 포기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다행히 호산나교회에서 그를 도왔고, 1년이 지나 그는 수석으로 졸업할 수 있었다.
그 후 그는 서울에서 내려와 호산나 복지재단에 사무장으로 취임해 지금까지 3년을 호산나 복지재단의 실무를 맡으며, 장애우들과 같은 시각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그들을 돕고 있다.
욕심이 많은 정 사무장은 이것이 끝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인생에 핑계와 변명은 없다고 말한다. 02학번으로 신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야간에 입학한 그는 현재 2학년에 재학중이며, 앞으로 대학원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마음껏 공부하는 것이 작은 꿈입니다. 그리고 강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기도 하구요. 크게는 제2의 강영우 박사가 되고 싶습니다.
정 사무장은 밤잠을 아껴가며 공부할 때가 많다. 책을 읽는 것이 재미 있기도 하지만 정 사무장을 위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입력해 주는 자원 봉사자를 생각하면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는 것이다.
장애를 가져 가장 불편 할 때가 ‘다른 사람을 섬기고자 할 때’ 라고 하며, 다른 사람에게 선한 도전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정 사무장에게 앞으로도 하나님의 축복과 은혜가 가득하길 기도한다.
/손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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