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지하철은 전시에는 지하 요새’
‘가정 교회에서의 예배는 감사와 감격’
‘남북을 초월한 주안의 형제 확인’
◆ 평양 지하철
평양지하철은 외국 방문객에게 꼭 관람토록 하는 명소중의 하나이다. 전 노선이 지하 150m에 건설되어 총 연장길이는 36km이고 평양 시내를 십자형으로 가로지르고 있다. 지하철 위에는 수십 층의 고층 건물과 여러 시설들이 건축되어 있었다. 30년 전에 건설된 규모와 시설은 서울 지하철과 비견할 만하였고 모든 역에는 지하를 오르내리는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었으며, 전시에는 방공호로 사용하기 위하여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깊이와 시설이 대단했다. 얼마 전까지는 일반인들은 이용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모든 시민들에게 허용되었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무표정한 평양시민들 사이에 끼어 에스컬레이터를 동승하기도 했다. 1970년대 초에 이와 같은 지하철을 만들수 있었던 당시의 북한 경제를 짐작할 수 있었다. UN과 많은 나라들로부터 원조를 받아 연명하는 오늘의 경제 사정으로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북한의 많은 백성들이 기아선상에서 배를 채우기 위하여 죽음의 탈출을 하고 있는 참담한 현실을 보면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체제의 우열을 나름대로 가늠해 보기도 하였다.
◆ 만경대 고향집
김일성 주석이 어릴 때 살았던 만경대는 평양시내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학생들이 떼를 지어 이곳까지 천리마 행군을 하는 곳으로 가는 길에 행군하고 있는 두 그룹을 볼 수가 있었다. 또한 이곳은 1년에 수 백만 명이 참관하여 교습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부엌, 큰방, 작은방이 있는 큰 채와 사랑채가 마주보고 옆에 조그만 마굿간이 있는 소규모의 전형적인 농가였다. 큰방에는 조부모의 사진을 위시한 가족사진과 김일성, 김정일의 어릴 적 사진도 걸려 있고 당시 조부모가 사용했던 보잘것없는 가구들이 정성스레 진열되어 있었다.
사랑채에는 쟁기, 삽, 호비, 베틀, 물레, 디딜방아등을 진열하여 두었다.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찌그러진 옹기(장을 담그는 단지)였다. 하도 가난하여 옹기(장단지)도 살 수 없는 형편이어서 옹기를 굽고 있는 옹기 굴을 지나다가 한쪽에 버려 둔 옆구리 부분이 푹 들어간 찌그러진 단지를 얻어와서 장을 담갔다고 한다.
당시 김일성 주석은 독립군 사령관으로 북한의 지도자로 국가의 수령인데도 조부모는 농촌에서 촌부로 농민들과 다를 바 없이 농사일을 하였다고 안내원은 힘주어 설명하였다. 얼마전 월맹 하노이를 여행하던 중에 남북 월남의 통일 대통령이며, 독립영웅인 호치민이 살았던 보잘것없는 원두막 집을 관광하면서 호미와 낫으로 무장한 월맹군이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미국에 승리 할수 있었던 비결을 확인하면서 호치민의 영구히 보관된 시신 앞에 머리를 숙였던 것이 생각났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전직 대통령을 위시한 고관들은 권력과 명예와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고 친인척들까지도 이 대열에 참여시키다가 퇴임할때는 천문학적 숫자의 부정 축제로 죄수복을 입고 국민앞에 서는 추한 모습을 본때도 있었다. 다시는 이런 모습을 보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백성들이 간절한 바람일 것이다.
◆ 인민대 학습장(국립 도서관)
인민대 학습장은 김일성 광장을 앞에 두고 대동강을 내려다보며 장엄한 모습으로 강 건너 주체사상탑과 마주보고 서 있다. 안내원의 말에 의하면 이곳 평양시에서 가장 전망이 좋기 때문에 정부청사를 건축하기로 계획하였으나 김일성 주석의 지시로 인민대 학습장을 건축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에 도서관을 건축하여 많은 사람들이 연구활동을 함으로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라는 김일성 주석의 교시에 따른 조치였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매일 십여개의 강당에서 과학, 의학, 전자, 컴퓨터등의 세미나가 열리고 있었으며, 누구든지 무료로 도서를 빌려볼 수 있다고 자랑했다.
◆ 가정교회에서의 예배
가정교회 방문은 처음 일정에는 없었으나 가정교회의 실체를 알아보기 위하여 서기장에게 간청하여 마지막 날에 방문이 허용되었다.
북한 전역에는 500여 개의 가정교회가 있고 평양에는 20개의 가정교회가 있다고 하나 방문자들이 듣는 가정교회의 수가 각각이다.
「낙랑 구역 가정예배 처소」라는 간판이 있는 아파트 입구에 책임자가 우리를 맞아 5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갔다. 5,6평의 예배처소 벽에는 「최후의 만찬」액자가 걸려 있는 것 외에는 보통 방과 다를 바가 없었다. 남자 집사 4명 여자 집사와 성도가 7명이라고 하니 여성도가 두 배 정도 많은 것은 남북이 다 마찬가지였다. 이들 중에 성경 찬송을 가진 자는 5명 밖에 없었으나 찬송은 잘 따라 불렀다.
책임자인 김집사는 방역소에 근무하며, 소아과의사, 컴퓨터 기사등 11명의 성도들을 소개하였다. 가정예배는 최승강 목사의 인도로 박계윤 장로가 기도하고 한명수 총회장이 축도하였다. 저들밖에 한밤중에...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찬송을 열정적으로 불렀고 설교와 기도때는 아멘으로 화답했다.
우리들은 감사와 감격으로 가슴이 뭉클함을 느끼며 함께한 모두가 성령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헌금 후 특별기도를 한 나는 지금 평양시에 20개 밖에 안되는 가정교회가 200개 2000개로 늘어나 평양이 복음화되어 동양의 예루살렘의 명성을 되찾게 되기를 간절히 간절히 기도하였다. 함께 한 북한 성도들의 자연스런 아멘의 화답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됨을 증거하는 것 같았다. 예배 후 나에게 특송을 부탁하였다. 어떤 찬송을 부를까 망설이는 중에 「내 주를 가까이 하려 함은 십자가 짐같은 고생이나」를 부르는 것이 좋겠다는 영감같은 것이 느껴졌다. 아카데온 반주에 맞추어 정성껏 부르면서 내가 이렇게 잘 부를까? 느낄정도로 나 자신이 은혜를 받고 있었다. 2절을 부를때는 여성도 두사람이 양 옆에 서서 엘토와 테너로 화음을 맞춰주었다. 이들의 음악수준은 보통이 아닌 것 같았다. 「천국에 가는 길 험하여도 생명길 되나니 은혜로다」는 3절을 부르며 나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나는 이곳에도 하나님의 영이 역사하고 계심을 확신할 수가 있었다. 예배 후의 분위기는 예배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리스도 안에서 맺어진 형제자매임을 우리모두는 느꼈으리라.
모두가 1층까지 내려와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아쉬운 표정으로 우리들이 탄 차가 보이지 않을때까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누가 이들에게 가짜교인이라고 돌을 던진단 말인가? 이들의 심령속에 성령이 역사하고 있으니 진짜중에 진자 성도이지!
4박5일간의 짧은 일정이지만 깊은 정이 들어버린 오경수 성기장과 최전도사는 평양공항에서의 헤어짐을 못내 아쉬워하는 것같았다. 장애자를 위한 휠체어를 가지고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한국교회와 조선그리스도 연맹과의 작은교류가 남북의 복음화와 조국통일의 징검다리가 되기를 소망하면서...
우리를 태운 작은 비행기는 평양의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하늘높이 치솟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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