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 하고 있는 부산의 기독교 문화유적


부산은 1880년 이후 모든 선교사가 거쳐간 한국기독교 중심지
숭례문 화재를 거울삼아 기독교 문화유적 보존 대책 시급


지난 2월 10일 6백년 한국사를 상징하는 국보 1호 숭례문이 어이없는 방화로 인해 불과 5시간 만에 전소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렸다. 설사 복원을 한다 해도 그 문화적 가치는 복원할 수 없기에 국민들의 탄식은 깊어가기만 한다. 이와 관련해 각 교회를 비롯한 교단과 교계는 기독교 주요 유적의 유지 현황과 실태를 파악한 결과 전반적으로 관리가 미흡해 그 대책이 시급히 요구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예장통합은 자천교회와 척곡교회 등 지방소재 문화재들이 보험조차 가입돼 있지 않아 화재 시 자력 복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반해 부산지역에는 관리할 수 있는 문화재조차 없는 실정이라 더욱 안타까움을 전한다. 현재 부산에 현존하는 기독교문화유적으로 동구 좌천동 호주장로교가 세운 일신여학교(부산시 기념물 제55호)가 유일하다. 부산진교회, 초량교회, 제1영도교회, 일신기독병원, 수안교회, 구포교회 등이 기독교문화유적으로 그 이름과 명맥은 유지하지만 모두 개축한 현대식 건물이다. 기독교문화유적이 신앙의 선조들이 남긴 믿음의 발자취이자 후손들에게 전해야 할 또 다른 책임이라고 볼 때 관리 보존을 얼마나 홀대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문적으로 조직화된 단체가 아닌 관련 교회나 순교자 후손을 통한 기념사업회의 기독교문화유적 관리는 어느 정도의 한계성을 지닌다. 이에 2006년 11월 박수웅 목사의 제안으로 부산기독교역사박물관 건립추진위를 설립, 박물관 건립 계획안을 밝히기도 했지만 조금의 실적도 없이 현재 활동중단 상태이다. 천주교가 지하철 장전동역 부근에 위치한 오륜대 한국기독교순교자기념관을 설립, 천주교 박해 역사를 한 눈에 관람할 수 있게 문화유적을 잘 관리한 것과는 사뭇 비교가 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앞서 언급한 개 교회 및 병원 차원에서 역사자료관 및 기념관을 설립해 소중한 자료를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산은 초창기 한국기독교 중심지

1876년 개항 후 한국 최초 선교사 알렌을 비롯해 언더우드, 아펜젤러 선교사 등 당시 모든 선교사들이 부산을 통해 입국했다. 그들이 한국 땅에 첫발을 디딘 곳이 부산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독교 역사에서는 그 역사성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 않으며 심지어 부산의 교회와 성도들조차도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안타까운 것은 부산에서 순직한 호주 출신 J.H 데이비스 선교사(1890년 사망)를 비롯한 7명의 선교사와 2명의 선교사 자녀 묘 9기가 부산시 중구 대청동 복병산 기슭(현 남성여고 자리)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묘와 묘비의 행방을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부산경남기독교역사연구회 회장 이상규 교수(고신대)는 “한국의 기독교는 두 시기로 나눠 전해졌다. 1880년 이전과 이후인데 전자는 만주와 의주를 거쳐 전파된 경우이고, 후자는 일본과 부산을 거쳐 선교된 경우이다. 이와 같이 1880년 이후 모든 선교사는 부산을 거쳐 전국으로 갈 만큼 부산은 한국 기독교선교의 중심지였다”며 한국기독교역사에서 부산의 위치를 언급한 뒤 “당시 활동했던 선교사 중 유명한 분들이 바로 윌리엄 베어드와 엥겔, 맥킨지이다. 특히 맥킨지는 남구 용호동에서 한센병 환자들과 30여 년을 생활했는데 그의 두 딸 헬렌과 케슬린이 아버지의 신앙을 이어 일신기독병원을 설립했다”며 부산에서의 기독교 초창기 역사를 소개했다. 그리고 이 교수는 “지금까지 한국 교회사 연구가 서울, 경기 교회 중심으로 연구되면서 부산 지역 역사가 실제로 많이 가려져 있다. 우리 연구회는 지역의 숨겨진 교회 역사와 인물, 제도를 되찾아 기독교의 정체성를 확립해 갈 것”이라 전했다.

기독교문화유적 보존을 위한 대책마련 시급
숭례문 화재는 문화재 관리의 총체적인 부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서울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인데도 사실상 화재에는 거의 무방비상태로 노출되고 있었으며, 2006년 3월 일반인에 개방됐지만 비상상황에 대비한 장치마저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이와 대해 부산장신대 탁지일 교수는 “이번 사건이 무엇보다 기독교인들에게 기독교문화유산의 보존에 대해 재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다행히 기독교전래 100주년을 넘어서면서 교회설립 50주년이나 100주년을 맞는 지역교회들이 교회사집필을 위해 사료를 수집, 평가, 분류, 활용하는 것을 볼 때 기독교문화유적 보존 차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다. 이를 통해 기독교문화유적의 실태파악과 함께 역사의식의 고취로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탁 교수는 기독교문화유적의 보존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에 관해 3가지를 제안했다.
첫째는 국내외의 기독교문화유적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DB)의 구축, 둘째는 요즘 잦아지는 천재지변과 각종 재해로부터 기독교문화유적의 손실을 막기 위한 안전성 여부 확인 및 이를 위한 충분하고 지속적인 투자, 셋째는 기독교문화유적의 보전뿐만 아니라 이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관리전문 인력의 양성과 지침을 강조했다.
탁 교수는 “기독교문화유적의 보존이 시급하다. 이들을 통해 우리는 신실한 신앙선배들의 간증과 찬송을 들을 수 있으며, 불확실한 세상에서 신실한 삶을 살 수 있는 소중한 용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이라며 기독교문화유적 보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창식 기자

200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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